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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아주 맑은 날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전 중반에 갑자기 소나기가 한 차례 퍼붓더니

그 후로 흐리고 약한 비가 내리면서 저녁 7시가 다되어 다시 비가 내린다.

며칠 전 태풍과 열대성 저기압이 합쳐져서 강한 태풍이 필리핀 마닐라를 중심으로

북쪽지방을 강타하고 지나갔는데 그 영향으로 이쪽도 5일 간 바람과 파도 그리고

지겨운 비에 지칠대로 지치기도 했다.

정말 비가 지졉다는 생각도 했다.

리조트에 피해를 크게 입히지 않아 다행이었고 바다에 띄워놓은 배들 때문에 잠을

많이 설쳤다.

거기에다 직원들은 코로나 백신 모더나 2차 접종을 하고 다들 열이나고 춥다고

3일 간 고생을 했다.

시기가 태풍과 겹쳐 추위로 고생을 더했다.

드디어 오늘 꽃나무 제거작업을 완료했다.

3일 간 새벽 4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하여 오후 6시 30분까지 꼬박 쉬지 않고 나무를 자르는

강행군을 했다.

밥을 먹는 10분의 시간만 쉬는 시간이다.

정문부터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꽃나무를 제거한 것이다.

리조트를 처음 만들며 심혈을 기울여 심은 꽃나무들인데 화려한 색깔의 꽃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는데 너무나도 잘 자라주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비만오면 자주 쓰러져

눈물을 머금고 그냥 잘라버렸다.

꽃나무 제거작업이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살인적인 가시들이 무지막지하게 많다.

그래서 나무를 막 자를 수도 없다.

한 가지 한 가지 조심스럽게 잘라야 하는데 그렇게 작업을 해도 가시에 찔리는 것은 부지기수다.

특히 손과 발에 가시가 뚫고 들어와 이곳 저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나역시 온몸이 가시에 찔렸고 특히 손이 성한 곳이 없다.

손을 필 수는 있으나 오므리는 것이 너무 힘들다.

오므리면 그냥 아프다.

너무나도 힘들고 지루한 작업이라 최대한 빨리 끝내보려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작업을 한 것이다.

직원들도 지친 모양이다.

나도 이렇게 힘이드는데 여직원들은 더하겠지.

정말 작업하면서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른 나무들을 태워버려야 하는 작업도 병행을 했는데 나무를 태우는 장소에 5일 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강한 비가 온 오늘도 지금까지 불이 활활타고 있는 중이다.

내일도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작업을 하며 아찔한 사고도 발생을 했다.

어제 내가 사다리를 타고 나무를 자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감전이 되어 순간적으로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나무위로 고압선이 흐르고 있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나의 몸과 옷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철로 된 사다리 그리고 나무를 자르는 도구도 철로

만들어져 있어서 감전이 된 듯하다.

고압선밑으로 두 개의 전기선이 있는데 나의 몸과 고압션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는 데도

감전이 된 것이다.

고압선은 피복이 없는 선으로 되어있었다.

고압선밑의 전기선은 피복이 있는 것이라 닿아도 괜찮았다.

매니저가 전기회사에 연락을 하여 직원들이 출동하여 나무를 잘라주었다.

직원들은 나의 감전사고에 대하여 아주 운이 좋았다고...

고압선은 자그만치 7,700볼트가 흐른다는 것이다.

내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서 무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전된 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심장이 이상한 것 같고 어지럽기도 했으나 직원들만 일을

하라고 할 수 없었기에 끝까지 함께 일을 했다.

여직원들이 무거운 것을 대신 들어주겠다고 하기에 고맙다고 하고 괜찮으니 내가 할 수 있다고

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오늘은 매니저가 자르는 나무가지가 나의 얼굴을 후려쳐서 눈밑이 약간 상처가 생겼다.

다행히 가시가 눈을 직접적으로 찌르지는 못했다.

천만다행이다.

너무나도 미안해 하기에 정말 아팠지만 참으며 아무렇지도 않는 듯 일을 했다.

정말 이렇게 지겨운 일을 오늘 끝냈다.

온몸이 아프나 일을 마쳤다는 기쁨에 괜찮다.

직원들은 우리 리조트 일을 잘 도와주는 사람에게 맛사지를 받으려고 불렀나 보다.

저녁을 먹으며 맛사지를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내일은 강아지들 밥만 주고 변만 치우고 청소도 일절 하지말고 쉬라고 했다.

정말 나역시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남자직원들이 하고있는 배를 밀어내기 위한 작업장에도 가보질 못했다.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여직원들만 시킬 수는 없고...

며칠 전에도 나의 몸무게를 쟀는데 65kg이다.

2개월 전에는 67kg이었는데 더 빠졌다.

처음 필리핀에 올 때는 88kg이었고 리조트 일을 하며 코로나 전까지는 74kg 정도를 쭉 유지했는데

지금은 65kg이니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

그저 리조트에서 일을 하는 것밖에는 없는데 왜 이렇게 체중이 줄어드는 지...

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다.

근육이 다 빠져버렸다.

팔다리가 가늘어졌다.

특히 가슴근육은 다 어디로 갔는 지...

이렇게 변하는 나의 몸을 보고 운동을 해야 돠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지만 정말 거짓말 같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손님도 없어 매일 쉬는 시간인데 나는 손님이 계실 때보다 이상하게 더 일이 많고 바쁘다.

정말 남들처럼 영화 한 편 본 적이 없다.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유튜브 뉴스를 보고 곧바로 자리에 쓰러지듯이 잠을 청한다.

피곤하여 잠은 그런대로 빨리 드는 것 같은데 자는동안 수없이 잠에서 깬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자는 시간은 고작 5시간 정도다.

15년 넘게 복용한 혈압약과 콜레스테롤약을 지금은 먹지 않고 있다.

약을 먹지 않은 지 혈압약은 2개월 그리고 콜레스테롤약은 1개월 정도되었다.

그래서 사실 심적으로 부담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복용한 약을 이렇게 끊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혈압은 자주 확인을 하는데 그 전보다도 높기는 하다.

보통 145에 95정도다.

약을 복용할 때는 130에 85정도.

콜레스테롤 수치는 확인할 수 없으니 나중에 한국에 가게되면 그 때나...

나이를 먹으니 이곳저곳이 아프다.

심적으로 많이 지치기도 해서 그러하리라.

직원들 앞에서 항상 아무렇지 않게 묵묵히 살아가기에 나는 건재하다.

아니 건재하고 싶다.

나를 믿고 나를 바라보며 일을 하는 나의 직원들이기에 내가 건재해야만 한다.

내가 건재해야 할 이유다.

아프면 안 된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이곳의 필리핀 가족들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29마리의 강아지와 2마리의 고양이까지도...

하루하루 나의 몸은 지쳐가지만 도리어 정신은 강해진다.

정신만 차리고 나의 선택된 길을 걸으면 된다.

나를 믿는 모두를 위하여 더욱 더 마음을 다지고 정신을 가다듬고 힘을 내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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