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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오늘은 무척 슬픈 날.

우리와 늘 함께 있던 밀키가 하늘의 별이 된 날.

밀키의 우렁찬 목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아무리 슬픈일이 있어도 밀키의 굵직한 발과 순박한 큼직한 얼굴을 보면 웃음을 만들 수 있었는 데.

목이 아파 밥을 먹을 수도 없고 울기도 거북하다.

더 울고 싶다.

더 슬퍼하고 싶다.

비록 밀키와의 동거가 긴 세월은 아니지만 누구 못지 않게 정이 들었다.

그래서 다가올 헤어짐을 늘 거부하고 싶었다.

그냥 우리와 영원히 이곳에서 지낼 수 있기를 속으로 바랬다.

밀키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필리핀 세부에서 사시던 한국분이 한국으로 복귀하시기에 밀키와 고양이 샤샤를

필리핀항공에 같이 예약을 하셨는데 출발하는 날 필리핀항공사에서 일방적으로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아 공항에서 항의를 하셨지만 관철되지 않아 할 수 없이 지인집에 맡기시고 먼저 한국으로

출발하신다음 계속 항공사와 접촉하여 밀키와 샤사를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셨는 데

항공사에서 계속 일정을 미루고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어 선박을 이용하여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방법도 모색을 하셨으나 그것도 용이하지 않아 고민하시는 것을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하여 알게되어

모르시는 분이지만 내가 먼저 연락을 드려 아이들을 돌봐드릴테니 나중에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어

필리핀으로 오셔서 데리고 가시라고 제안을 드렸드니 몇 번 고민을 하시다가 나를 믿고 아이들을

맡기셨는데...

오늘 이런 슬픈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오후에 갑자기 일부 정전이 되고 전신주에 설치된 계량기와 차단기 그리고 전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매니저가 급히 윗층으로 올라가 전기회사에 연락을 하고 마침 신축건물 공사에 전기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 비상조치를 취하고 불을 끄는 상황에서 매니저를 따라 윗층으로 올라 온 밀키가 아무도 모르게

리조트 대문의 나무틈으로 찻길로 나간 것이다.

나무로 만든 대문에 나무 2개가 약간 벌려져 있어 볼 대마다 수리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그 틈 사이로 밀키가...

우리는 화재에 정신을 쏟고 있는 중이라 밀키의 행동을 알지 못했다.

밀키말고도 태양과 미키도 밀키와 함께 매니저를 따라 윗층에 올라와 있었다.

밖에서 동네 아줌마의 다급한 소리를 듣고 매니저가 밖으로 뛰어 나갔으나 밀키는 이미 차에 치여

있었고 밀키를 안고 뛰어오는 매니저는 물고 있었다.

밀키가 죽었다고 소리를 치며 나는 밀키를 받아 뉘이고 심장 맛사지와 나의 입으로 밀키의 입에 대고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고 30분 넘게 직원들이 심장을 맛사지하고 온몸을 주무르고 나는 인공호흡을

멈추지 않았는데 밀키 코에서 핏물이 떨어지기에 이제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주저앉아 울었고 직원들도

따라 울었다.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밀키를 맡기신 분께 연락을 드려도 연락이 닿지 않아 떨리는 마음으로 잘 아는 강사님께 연락을 드려

도움을 청했고 강사님께서도 눈물을 흘리시며 그 와중에도 나를 걱정해 주셨다.

오후 늦게 밀키를 묻어주기 위해 땅을 파고 있는데 맡기신분이 연락을 해 주셔서 말씀을 드리다가

눈물이 나고 목이 메어 제대로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그 분도 충격이 크셔서 제대로 말씀하시지 못했고 외부에 출타 중이셔서 나중에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고

통화를 끊었다.

밀키를 땅에 묻기 전 수건에 싸면서 나도 모르게 밀키의 이름을 부르며 심장을 맛사지 하고 다리를 주물렀다.

얼마나 이랬는 지 모른다.

땅에 안장한다는 마음에 눈물을 거둘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눈을 뜨라고 외쳤는 지 모른다.

땅을 파던 라피도 울고 매니저도 울고 에밀리도 울었다.

2장의 수건으로 몸을 감싸안았고 한 봉지의 사료와 목줄을 풀어 목줄도 밀키와 함께 묻어 주었다.

목줄만 해 주었지 한 번도 밀키는 묶지 않았다.

늘 매니저와 함께 했으면 매니저방에서 지냈고 매니저 베게를 비고 매니저와 함께 잠을 잤다.

우리 강아지들보다도 더 신경써서 챙겨 주었다.

왜냐하면 다른 분이 잠시 맡기신 것이기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내던 밀키가 오늘 우리 곁을 떠났다.

뭐가 그리 급해서 뭐가 궁금해서 밖으로...

밀키야! 하늘도 슬픈 지 날이 어두워지니 비가 내린다.

너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직도 나의 귀에 들리는데 너는 그 어두운 공간에서...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슬프니?

나도 이렇게 원통하고 슬픈데 말이야.

밀키야! 거기 무서워?

할아버지가 곁에 가서 지켜줄까?

같이 자줄까?

말해 무서우면.

널 보내고 싶지 않아 더 가까이 보려고 리조트안에 있게 했잖아.

늘 우리는 너와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마 밀키야.

리조트를 항상 비춰주는 맑은 별이 되어주렴.

할아버지의 잘못으로 더 한참 살 수 잇었는데 이렇게...

할아버지의 잘못을 어떻게 다 씻을 수 있을까?

말해 보렴.

듬직하고 멋진 그리고 우렁찬 우리 밀키...

오늘 왜 이렇게 슬프지 밀키야?

운다고 할아버지의 죄를 씻을 수 없는 것인데.

정말 믿어지지 않아 지금도.

믿고 싶지 않아.

할아버지는 당분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오직 너의 생각뿐이다.

먹을 수도 없을 것 같다.

밥먹을 때 매번 나의 무릎에 너의 두손을 얹고 했는데...

멋지게 손도 주고 하이파이브도 했는데...

밀키야! 어떡하지 정말 어떡하지...

매일 사죄하는 마음으로 나의 곁에서 울어줄께.

너무 마음이 아프다.

너무 속상하다.

너무 불쌍하다.

너무 안타깝다.

너무 미안하다.

너무 많이 많이 보고싶다.

밀키야!

밀키야!

할아버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당분간 모든 것을 멈추련다.

너무 슬퍼서 말야.

너무 미안해서 말야.

너무 보고싶어서 말야.

밀키야!

대답없는 너 밀키.

왜 이렇게 너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여러분! 불쌍한 우리 밀키 명복 많이 빌어주세요.

모든 것이 다 저의 잘못입니다.

욕해 주세요.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부로 기약없이 홈페이지 릴로안 일기도 멈추겠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도 기약없이 활동하지 않겠습니다.

속죄하며 자숙하며 살겠습니다.

그동안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기억속에서 저를 지워주십시요.

저는 그저 이 시골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촌노로 살겠습니다.

죄지은 것이 많은 인생입니다.

언제 다시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저의 마음이 저를 허락치 않습니다.

지금은 그저 슬퍼하고 울고 싶습니다.

세상밖으로 숨고 싶습니다.

쏟아지는 비가 무너져버린 내 마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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