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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7. 12. 02 토요일 (아주 맑음)

2017.12.02 21:28

건우지기 조회 수:111

12월 02일 오늘.

멀게만 느껴지던 올해의 마지막 달력인 12월이 왔다.

오늘도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되는 날이다.

어제 직원들의 월급을 주며 내년엔 대대적인 월급인상을 약속했는데...

올해의 영업실적은 작년보다 못했지만 그래도 리조트 객실이 부족했던 경우가

몇 번 발생도 했기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올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필리핀 사람에게 큰 사기도 당하고 돈도 빌려주고 받지도 못하고

그리고 마음 아프게 많은 강아지들을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고

그리고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강아지들도...

오늘도 한 마리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말았다.

공주가 한 달 전에 낳았는데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태어나 아예 걷지도

못하고 손바닥보다도 아주 작은 크기의 강아지였는데 어렵게 한 달을 더 버티다

오늘 아침 싸늘하게 몸이 굳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오늘 새벽에 운명을...

두겹의 수건으로 싸서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 주었다.

악동이, 미키, 이쁜이, 쿠키 그리고 이름도 짓기 전에 하늘나라로 먼저 간 이이들 옆에

나란히 묻어 주었다.

부디 좋은 곳에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렴.

막내야! 다음엔 우리 멋지게 태어나자꾸나.

엄마 젖도 잘 먹지 못하고 걷기 위해 발버둥치던 모습이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먹먹한데

쓸쓸히 혼자 먼저 가다니...얼마나 외롭고 무서웠니?

미안하다 막내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서워 하지말고.

늘 나의 마음 속에 너를 묻어 둘테니 너무 외로워 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늘 나의 곁에서

나를 지켜주렴.

미안하고 보고싶다 막내야!

 

세상을 살면서 인간적인 갈등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 가를 자주 느낀다.

나도 갈 수록 말을 잃어 간다.

가뜩이나 말수도 많지 않은데...

요즈음은 더 말을 잃었다.

손님들께 죄송할 정도이다.

손님들과 이러저런 이야기도 나눠야 하는데...

자신감이 없다.

쓸데없는(?) 자존심(?)이 있어서 일까?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나이기에 그저 평범하고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은데...쉽지가 않다.

정말 사는 것이 힘이 든다.

어떻게 구구절절 설명하며 살 수 있는가.

설명하기 벅차다.

아니 하고싶지도 않다.

구차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정말 싸우고 싶지 않는데...

 

오늘 오전 모든 손님들께서 퇴실하여 대대적인 대청소를 실시했다.

창고부터 비품 그리고 나무손질까지...물청소는 기본.

그리고 오늘 포켓볼을 치운 자리에 벽걸이를 이용하여 50인치 TV를 설치하고

가족용 노래방 기기도 설치해 보았는데 저녁식사 후 직원들이 노래방 개시를 하고 있다.

정말 열심히 부르는 노래가 나의 방까지 들린다.

기계 하나로 저렇게 사람들이 즐거워 질 수 있는 거구나.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한 것이 인간들.

서로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정말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것이 인간일텐데...

오늘의 마음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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