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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9. 12. 30 월요일 (아주 맑음)

2019.12.30 09:04

건우지기 조회 수:166

오전의 하늘과 바다는 참으로 맑다.

오늘은 특히 서쪽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산과 하늘의 선이 뚜렸다고 깨끗하다.

공기는 신선하고 선선하다.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고 이불을 덮지 않았는데

찬기를 느낄 정도다.

오전 7시 30분 배를 이용하여 두마게티에 가기 위해

배에 차를 싣고 몸을 실었다.

오늘도 연말연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웅직이고있다

배는 만석이고 만차다.

음식재료를 사러가는 일이 쉽지 않다.

보통 두시간은 행렬에서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보트맨 라피가 다이빙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

이렇게 오늘 다이빙을 맡겨놓고 혼자 장을 보러 간다.

연말연시의 특별한 감정도 없다.

나에게는 늘 똑같은 하루에 불과하다.

새로운 해가 바뀌어도 나에게는 똑같은 해다.

새로운 기대도 포기한 지 오래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도리어 새로운 기대가 마음을 다치게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의 일 열심히 하고 하루하루에 충실하면 된다.

하루하루가 어떤 때는 실망을 줄 지라도 하루가 주어진 삶을 사는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여 살면 그만이다.

창 으로 살아가다는 것이 버거을 때가 많지만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아 왔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텐데 매 순간마다 불안하고

힘들고 지침을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체력적으로 그러하겠지만 정신만큼은 그러하면 안 되는데...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고립되어 봤고 외롭게 살아도 보았다.

어릴 때부터 어른스러워 해야 했고 생각이 깊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이 깊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마음은 소심하고 나약했지만 겉의 모습은 그러하면 안 됐다.

많은 가시밭길을 어린 나이에 혼자 결정하고 선택을 해야 했다.

지금의 현재 나의 삶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인데...

앞으로는 다른 선택이 필요없고 없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선택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말 안주하고 싶은데.

이제는 가시밭길이 없기를 욕심부리고 싶은데.

이제는 늙어서 힘이 없음을 절실히 느끼는데.

아! 나의 삶이여...

 

두마게티를 향하는 배에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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