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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20. 09. 16 수요일 (흐리고 비)

2020.09.16 06:50

건우지기 조회 수:117

그저께 그리고 어제 저녁 이틀간 밤마다 비가 내린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꾸준히 내리고 있다.

오전 4시 50분인 지금은 조금씩 내리던 비가 서서히 멈춘다.

밤에 내려 준 비로 인해 한낮의 더위는 참기 힘들 정도로 무덥다.

습도를 머금은 더위이다.

이 더위속에 리조트내 네 곳의 장소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뜨거운 열기와 맞서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측은한 생각도 가지게 된다.

시원한 음료로 그들의 수고를 대신해 보지만 충분치 않기에 미안한 마음도 가지게 된다.

그래도 저렇게 일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희망을 보게된다.

일하는 모습만치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 일 자체가 궂은 일이고 험한 일이어도 인간이 일한다는 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일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나로서도 공감되는 부분이다.

이곳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과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기에 그들의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들의 수고에 노고에 아낌없는 찬사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조그마한 정성이라도 방법을 찾으리라.

그저께와 어제 제법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았다.

두마게티가 있는 네그로섬이 건너편에 있는 데 그곳은 이곳보다 비가 자주 오는 곳이다.

높은 산도 있다.

땅도 세부섬보다는 비옥하여 사탕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네그로스섬이 비가 오면 기압골의 영향이 생겨 갑자기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그로 인해 바다에 있던 스피드 보트가 위험해 지는 일이 발생도 했다.

파도로 인해 바닷물이 유입되어 스피드 보트가 거의 침몰 직전까지 갔는 데 미리 발견되어

물을 퍼내고 정상으로 만들어 파도가 덜한 지역으로 배를 옮겼다.

아주 다행이다.

지금은 날이 어두워 밖의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다.

조금 후 날이 새면 배들부터 확인해야 한다.

갑자기 잦아들던 비가 소나기로 바뀌었다.

굵은 비다.

이런 상태면 오늘의 공사는 하지 못하게 된다.

인부들이 산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길이 미끄러워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결근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러나 예상하건데 날이 밝아지면 멈출 것이다.

7개월 간의 고립으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나만의 고통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함께 겪는 고통이기에 더 심각하다.

언제까지 라는 기한도 없기에 더욱 힘들고 고난인 것이다.

장기간 리조트에 수입이 발생하지 않기에 직원들도 이제는 나의 눈치를 조금씩 보는 듯하다.

공사를 제외하곤 그렇게 바쁘지 않기에 직원들에게는 청소외에는 그렇게 특별한 일이 없어

하루에 4 ~5시간 정도 일을 하고 쉬라고 한다.

간혹 특별한 일을 만들어 8시간 일을 시키고 그 다음 날 하루를 쉬게 만들어 주는 실정이다.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간혹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쉬는 시간에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

저마다 휴대폰을들고 구석구석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본다.

그러나 매니저와 나는 다른 일거리를 찾아 일을 한다.

그러면 도와주는 직원도 있기도 하다.

매니저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매달 어김없이 월급을 지급하는 데 매니저는 3월부터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

매니저는지금 수입이 없으니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한다.

억지로 주어도 받질 않는다.

그리고 리조트에 필요한 품목들을 구입하면서 웬만한 것은 본인의 돈으로 지불하고 나에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함께 먹는 야채들도 1주일에 두 번 구입하는 데 거의 전부 본인의 돈으로 지불한다.

얼마냐고 물어보면 됐다고 한다.

공사에 필요한 소량의 품목들도 나에게 말을 하지 않고 본인의 돈으로 구입한다.

내가 보질 못하면 알 수가 없다.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내가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고 얼마 지불했냐고 물어보면 그 때는 억지로 이야기를 한다.

정말 모든 것이 정상화되면 나에게 베풀어 준 것 이상으로 보답을 할 것이다.

지금은 모른척하고 고마음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때를 기다리며.

3일 전에 매니저가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어 반찬을 만들다 칼에 손가락을 베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 데 그 다음 날 붕대를 제거한 손가락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살짝 베인 것이 아니라 큰 돌을 혼자 옮기다가 무거워 스멘트 바닥에 손가락이 돌에 깔렸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병원에서 바늘로 꿰메야 할 정도였다.

성처부위가 깨끗하게 찢어진 것이아니라 돌에 이겨져 너덜너덜하여 병원에 가지고 하니 괜찮다고 하여

소리를 치고 화를 내어 억지로 가까운 클리닉에 갔는데 의사가 너무 늦게 와 바늘로 꿰멜 수는 없는 상태이니

연고를 바르고 먹는 약으로 치료하지고...

병원비도 내가 지불할려고 하니 본인의 돈을 가져왔다고 본인이 지불을 한다.

그 고집과 자존심을 잘 알기에 그냥 지불하게 했다.

본인의 실수로 다친 것이니 본인이 지불하는 것이 맞다고.

나에게 부담을 주고싶지 않은 마음이리라.

그래도 리조트 일을 하다 다친 것인데.

남자직원에게 시켜도 될 일을 큰 돌을...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편치 못하다.

매니저가 이렇게 나를 걱정해 주고 있으니.

너희들에게 월급을 주고 같이 먹을 수 있는 돈은 그동안 벌어서 저축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메니저는 말을 듣지 않는다.

반드시 그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묵묵히 따라주는 직원들을 보살필 것이다.

모든 것이 정상화 되었을 때 마음이 변하는 친구도 생길 수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친구는 끝까지 챙길 것이다.

하늘을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리고 그리운 손님들을 만날 수 있는 그 때를 기다리며 오늘의 고통을 직원들과

함께 견디고 이겨내고 즐길 것이다.

그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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