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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7. 06. 25 일요일 (아주 맑음)

2017.06.25 18:07

건우지기 조회 수:246

그제께인 금요일 내가 사랑하는 이쁜이가 찻길에서 차량에 치여 8개월이라는

아주 짧은 생을 마치고 하늘나라 맑은 별이 되었다.

이쁜이는 나의 껌딱지이었다.

내가 가는 모든 곳을 나와 함께 하려고 했다.

다이빙을 가면 먼저 해안에 나와서 내가 오기를 기다렸고, 데리고 가지 않으려고 하면

물을 무서워 하면서도 서슴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며 배를 따라오려고 했다.

그러면 안쓰러워 배에 태워 같이 다이빙을 간 것이 서너 번이다.

리조트에선 나의 방앞을 지키며 내가 아침에 나올 때까지 기다렸고, 가장 먼저 나에게

뛰어 와 몸을 흔들며 안기곤 했다.

금요일 새벽 세부시내로 나가 일을 보기 위해 리조트를 나선 것인데 정문이 있는 위층까지

따라와 대문을 닫고 대문 문틈사이에 돌을 깔아 나오지 못하게 했는데도 내가 버스를 타고

출발한 다음 그 좁은 대문 문틈사이를 비집고 밖으로 나와 찻길에서 어이없고 허무하게...

아파서 하늘 나라로 갔어도 마음이 아플텐데 건강하고 멀쩡한 이쁜이가 사고를 당했기에

더욱 더 마음이 아프고 저리고 미어진다.

내가 뭐라고...나같은 놈을 그렇게 좋아해서 이쁜이가...

금요일 저녁 직원의 전화를 받고 슬프고 놀라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나의 잘못으로 나의 안일한 생각으로 이쁜이를...

차에서 운전을 하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왜 하필이면 금요일 날 세부로 나섰는지 다른 날 갔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이쁜이를 잠깐 동안만이라도 직원들에게 묶어 놓으라고 했으면 괜찮았을텐데...

새벽에 직원들을 깨우기도 그러했고.

낮에 밖에 나가게 되면 따라오는 이쁜이를 직원들에게 잡고 있으라고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모든 것이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안타깝다.

어제도 물고 오늘도 내 방에서 울었다.

다이빙을 하는 내내 이쁜이 이름을 불렀다.

이쁜이가 묻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아침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왔다.

이쁜이는 늘 나를 지켜주었는데 난 이쁜이를 지키지 못했다.

그 것도 나로인해 정말 짧은 삶을 마감했다.

지난 주 손님과 식사를 마치고 옆에 있던 이쁜이를 안아주며 "너는 내가 그렇게 좋으냐

내가 너를 두고 어떻게 죽을지 벌써 걱정이 된다. 이쁜아 나 죽으면 너도 나랑 같이 죽어서

관에 같이 묻힐거냐고" 내가 이쁜이와 이야기를 하는데 손님이 그 모습을 보시고 웃으셨다.

이 생각이 나니 또 눈물이 난다.

미안해 이쁜아.

사고를 당하는 그 순간 얼마나 무서웠고 아팠니.

그리고 나를 얼마나 원망했니.

갈기 찢긴 너의 주검을 그 더운 아스팔트에 있게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니 그 곳에서.

너의 가엽고 애처로운 눈빛을 생각하니 나의 마음이 찢어 진다.

나중에 나의 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비좁은 문틈 사이를 비집고 나온 너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

내가 뭐라고...

내가 싫어져서 미워져서 서운해서 그렇게 먼저 갔니.

너를 이렇게 보낸 나는 어떻게 하라고.

그 죄를 다 어떻게 받으라고.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했으면 이름도 이쁜이라고 했겠니.

오늘도 다이빙을 다녀와서 너부터 찾았단다.

먼저 뛰어오는 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많이 슬프고 허전했단다.

너무 허무하다.

아직도 나의 옆에서 숨을 쉬고 나를 지켜주고 있어야 할 너인데...

내가 늘 나의 껌딱지라고 하면서 조금 싫은 척도 했지만 사실 속으론 얼마나 행복하고

좋았는지 모른다.

이쁜아!

너하고 같이 찍은 그 흔한 사잔 한 장 없군아.

널 잊으면 안 되는데.

너의 모습을 하나 하나 간직하고 싶은데.

내가 나이가 먹어 치매라도 걸려 너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공주가 낳은 강아지들을 돌보고 귀여워 하느라 너에게 소홀했던 것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

그러면서도 늘 아기 강자지들에게 나의 옆자리를 양보하고 나중에 다시 내 옆으로 왔었지.

그리고 늘 아기 강아지들과 놀아주는 어른스러운 이쁜이.

간혹 내 방에 들어 와 나랑 같이 잘 때 나의 옆에서 꼼짝하지 않고 내가 일어 날 때까지 기다려 주던

너의 모습 그리고 살며시 내 옆으로 와 내 무릎에 턱을 대고 있던 너의 모습.

이제는 볼 수가 없다.

많이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너의 재롱을 봐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같이 다이빙을 가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정말 많이 울어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내방에서 있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간식을 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소홀하게 해서 미안해.

많이 이야기 하지 못해 미안해.

많이 이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

많이 목욕시켜 주지 못해 미안해.

무엇보다도 저번에 곰돌이와 장난을 치며 꽃나무를 많이 부러트려 내가 화가나서

나의 손으로 엉덩이를 때려서 많이 미안해.

정말 정말 많이 미안해 이쁜아!

보고싶다 이쁜아.

정말 정말 많이 보고싶다 이쁜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그저 매일 너를 생각하며 남몰래 내 방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되는 것은 아닌데.

어제 속상해서 술을 많이 마셨지.

온통 머릿 속에 너에대한 미안함으로 살 수가 없다.

어떻게 나의 죄를...

이쁜아!

리조트 위에 가장 맑은 별이 너지?

밝은 별이 아니더러도 가장 맑은 별이 되어주렴.

보잘 것 없는 못난 이 할아버지를 지켜주렴.

얼마 이따 우리 하늘 나라에서 다시 보자.

꼭 보자꾸나.

나중에 나 모른 척하면 안 돼.

꼭 너를 만나 내 죄를 달게 받으련다.

먼저 하늘 나라로 간 악동이 그리고 미키 그리고 쿠키와 행복하게 살고 있어.

곧 우리 다시 만날 거야.

꼭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악동아 미안해.

미키야 미안해.

쿠키야 미안해.

그리고 이쁜아 미안해.

정말 모두 모두 사랑한단다.

밝고 맑은 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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