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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후기

[포인트소회] 수밀론 이카루스 포인트에 대한 단상

2014.05.20 12:04

신동헌 조회 수:1288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신동헌 강사입니다. ^^


금년 5월 너무나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돌아왔습니다. 저희 모두 아직까지도 감상에 젖은 일상입니다.

 

너무나 잘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또 뵐 수 있기를 바라며, 짧은 감상문 한편 남기고 가겠습니다.


(편의상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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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릴로안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는 그곳에서 한명의 종사에 불과했고, 바다라는 이름의 대자연은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자체로 그 일부였다.


그 후로 7개월이 지났다.


2014년 5월.

다시 방문한 릴로안은 여전히, 아니 더 아름다웠다.

감추고 있던 샘물을 맛본 나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즐거운 후기와 수 많은 감정이 공유되는 이 시점에,

나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포인트를 복기를 하고자 한다.





이카루스 포인트 또한, 오아시스 포인트처럼 박사장님께서 명명하신 곳이다.

수줍게 포인트의 이름을 말씀하시던 사장님의 얼굴이 선하다.


왜 이카루스인지는, 이곳에서 단 한번이라도 다이빙 해보면 알 수 있다.

포인트의 지형적인 특성이 가장 큰 이유인바, 다이빙이 끝날 무렵 펼쳐지는 짧지만 강렬한 시퀀스가 인상적이다.


수밀론의 포인트들은 모두가 그 특색이 있다.

한차례의 잔인한 폭풍을 이겨낸 흔적들이 오히려 각자를 빛내준다.

숱한 상처의 마도로스가 더 깊은 비밀을 갖은 것처럼.

슬픔을 간직한 여인의 얼굴이 더욱 청초한 것처럼.


입수직후 잔잔한 물살을 느끼며 다이빙을 시작한다.

아담한 사이즈의 산호밭, 그리고 모래 슬로프를 왼쪽에 두고 전진해 나간다.


이곳은 본디 조류를 타는 곳이니 그리 힘들지는 않다.

수심도 깊지 않으나 수밀론 특유의 '인디고 블루' 느낌은 여전하다.


허나 버블소리가 조금 컸던 탓일까.

터줏대감인 타이탄트리거는 연신 지느러미를 올렸다 내렸다하며 자신의 영역을 지켰고,

커다란 꺼끌복은 작은 지느러미를 팔락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엔젤피쉬와 버터플라이 피쉬 한 군락도 그들의 평화를 범한 포유류들을 산호뒤에 숨어서 관찰했다.


 


순수한 그들에게 먼저 눈인사를 건넨다.

구경하는 손님보다는, 그들을 닮고 싶은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가 된다.


정말 아름답게 피어있는 부채산호 옆에서

큼지막한 말미잘 위에서

교감하는 우리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았다.




지형의 갑작스런 변화가 일어난다.

산호도 조금은 자세를 낮추고, 언덕도 경사가 완만해진다.


그렇다. 이것은 일종의 전조(前兆)다.


잠시 속력을 내어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보다 먼저 그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급작스런 절벽의 등장은 영화의 한장면을 방불케한다.

절정으로 치닿는 이 순간을 위해서 우리는 달려오지 않았던가.


손과 다리를 뻗어 조류의 미세한 변화를 느껴본다.

이 순간 만큼은 눈을 감아도 좋다.


몸을 돌려 하늘을 본다.

시각을 맞춰 들어온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덕에

햇살이 강렬하다.

스넬의 창을 통해 쏟아져 내려오는 빛의 향연에 눈이 멀 지경이다.


나는 왜 이카루스가 태양가까이 날았는지 알 것만 같다.

디에달루스조차 한번이라도 이 눈부신 햇살을 보았다면,

같은 선택을 하진 않았을까.


이곳은 크레타고, 미궁이다.

우리는 날아야한다.


아니 이미 날고 있다.

발 아래 바닥은 이미 50m 아래로 내려앉아버렸다.

아찔한 느낌이 들 수록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




감상의 시간은 강렬하지만 짧았다.


이내 청량한 쉐이커를 흔들어 주의를 환기시킨다.

모두에게 수신호를 보내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민다.


모두가 손을 잡는다.

물속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순간이다.


기도를 하듯 호흡을 가다듬는다.

바다, 사람.

순간이지만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된다.

 

절벽 위로 별모양을 만드는 우리를 보며,

나는 밤하늘을 너무나 사랑하여 별이 되어버린 작가를 생각했다.

홀연히 떠난 그가 이해가 되기도 하는 순간이다.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잠시,

언제나처럼 가혹하게도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이 끝나간다.

모두들 아쉬움에 호흡을 아끼고 침묵한다.


3분의 안전정지만큼, 계속되었으면 하는 시간이 또 있을까.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난 그곳에 머물러 있다.

 



절벽 위로,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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