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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꽤 높은 파도가 3일째다.

새벽엔 아주 잔잔하나 날이 밝으며 파도가 높아진다.

그나마 조류가 강하여 시야는 좋은 편.

다만 물이 빠질 때는 파도의 영향으로 시야가 조금 흐려진다.

내일부터 손님들이 오시는데 파도가 잔잔해지길 기대해 본다.

오늘도 비가 조금 왔다.

아주 개운한 날씨가 아니었다.

두마게티에 나가 손님들을 위하여 장을 보고 왔는데 두마게티 앞바다가

백파가 일어나며 거친 모습이었다.

아포가기 힘들 듯.

 

1개월을 넘게 기다렸는데 지붕을 얻을 인부들이 결국은 오지 못 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전화를 하면 다음 주 다음 주 하더니 1주일 전부터는 내일 내일 하더니 결국은...

또 믿고 기다리던 내가 바보가 되었다.

약속을 지키는 않는 이곳 사람들의 습성을 또 한 번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진즉 못 하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을 구해서 작업을 했을 것인데

아까운 시간만 허비를 한 꼴이 되었다.

정말 화가나서 미치겠다.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일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왜 필리핀 사람들을 욕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럴 땐 내 자신이 싫어 진다.

리조트를 운영하며 많은 작업을 의뢰하다보니 필리핀 사람들과 접촉이 많아지기에

그만큼 필리핀 사람들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많이 알게 된다.

알아도 필리핀 사람을 믿고 일을 해야 하는데 번번히 이렇게 당하니 실망스럽고 속이 상하는 것이다.

하소연도 못 하고 이곳에 이렇게 주절주절 거리는 것이 다다.

이렇게 속상한 날은 일기를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한편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도 심적으로 불편하실 수도 있겠다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기를 누구보라고 매일 좋은 일만 골라서 쓸 수도 없는 것이고.

바다가 좋지 못 한데도 좋다고 쓸 수 없는 것이고.

참으로 여러 가지 고민스럽다.

당장 내일부터 지붕공사를 할 인부를 수배해야 한다.

워낙 공사가 많아 인부 구하기가 힘들다.

이곳은 시골이라 더하다.

도시는 인력이 많아 그나마 구하기가 쉬운데.

어찌됐던 귀중한 시간을 버린 걸 아까워 하며 다시 눈 부릅뜨고 좋은 사람을 찾아 보자.

오시는 손님들을 위하여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

 

요즈음 망고철이 아니라 망고도 귀한 편이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거기에 맛도 별로다.

더군다나 비가 자주 오기에 제대로 망고다운 망고를 찾기 힘들 정도다.

오늘은 시장에 파인애플이 대세였다.

빨간 수박은 맛이 없어서 쳐다보지도 않는다.

노란 수박이 맛있는데 노란 수박이 없다.

손님들께 맛있는 과일을 드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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