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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나의 달력은 아직도 5월에 멈추어져 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고 무슨 날짜인지 달력을 보아도 헷갈린다.

오늘이 9월 1일인지 아니면 9월 2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다쓰고 저방에 있는

휴대폰을 보고 확인해야 겠다.

아침 일찍 비가 시작되어 오전 10시가 넘은 지금까지 비가 꾸준히 내리고 있다.

그리 강한 비는 아니다.

야외에서 일을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의 비가 내린다.

나는 일을 맞으며 잔디를 깍다가 조금 전에 방에 들어 왔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보다는 도리어 비가 오는 지금이 좋다.

비가 오기에 여직원들에게 휴무를 주었는데 비를 맞으며 잔디를 깍고 있는 나를 보며

조금 부답스러워 하기에 방으로 들어 왔다.

남자직원들은 매나저 방 지붕에 올라가 물탱크 지붕을 만들고 있다.

바가 와도 일을 하겠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거의 매일 방카보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리조트에 와서 일을 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비가 내린다.

차라리 올 비라면 강한 폭우가 하루 종일 내려주길 진심으로 간절히 원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비가 내려주면 해안에 좌초되어 있는 우리의 방카보트를 조금이라도 ㅂ다로

움직일 수가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수로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방카보트가 위치하고 있는데 강한 비가 내려주면

산에서 부터 빗물들이 모여 수로를 타고 내려오면 그 물의 힘으로 방카보트를 바다로 밀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렇게 간절히 기도한다.

남자직원들은 매일 해안의 모래와 싸우고 있다.

모래를 치워야 그나마 방카보트를 움직여 볼 수 있을텐데 하필이면 방카보트 위치한 곳이

모래가 밀려와 쌓이는 곳이라 여간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래를 치우면 바다가 만조가 되면서 또 모래가 밀려 와 방카보트가 묻힌다.

매일 이런 싸움을 하고 있다.

정말 진이 빠지고 몸서리를 치게 된다.

정말 돈이 있다면 크레인이 장착된 배를 불러 끌어내고 싶다.

인력으로 이런 전쟁을 치우니 이제는...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직원들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1년 6개월의 봉쇄로 가지고 있던 돈도 이제는 서서히 바닥을 드러낸다.

지금은 공사도 하지 않고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강아지들에게 미안하지만 사료도 조금 줄였다.

28 마리의 강아지들에게 지출되는 사료비가 정말 지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마음이 정말 아프지만 하루 두 번 주는 사료를 똑같이 두 번을 주되 지급하는 사료의 양을

아주 조금 줄여보라고 했다.

그런 이유인 지 몰라도 식탐이 많아 졌다.

강아지들은 모두 다 식탐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씀을 하시는 데

찔리는 구석이 있는 나로서는 그저 강아지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혹시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은 아닌지...

고구마도 많이 사와서 강아지들에게 간식으로 주라고 했는데 직원들이 자주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같이 잘 견지자.

나중에 모든 것이 정상화되면 지금 못해 준 것 나중에 그 이상으로 잘 해 줄 것이다.

하루하루를 일에 미친 사람처럼 살고 있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새벽 4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 혼자 일을 시작한다.

무슨 일이든 지 한다.

청소부터 페인트칠까지.

하루 세 끼 밥먹을 때만 잠깐 앉는다.

밥먹는 시간 10분이면 충분하다.

밥먹고 양치질하고 곧바로 다시 일을 한다.

저녁식사 전까지 일을 하면 몸은 녹초가 되어 자녁을 대충 먹고 방에 들어 와 씻고 자리에 쓰러진다.

그러나 잠은 잘 오질 얺는다.

몸은 피곤한데...

어제는 점심식사를 하고 너무 몸이 피곤하여 그냥 바닥에 10분 간 누워 버렸다.

직원들이 걱정스런 눈으로 모두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어나 다시 일을 시작했다.

몸이 정상은 아니다.

왜 이렇게 아픈 곳이 많은 지 모르겠다.

종기 때문에 고생하더니 지금은 발바닥 뒷굼치가 아파 발을 세우고 다닌다.

바닥에 디딜 수가 없다.

유튜브를 보니 족저근막염이라고 하는데 증세가 거의 같다.

매니저가 지팡이를 만들어 주어 지팡이를 짚고 일을 한다.

남자직원들이 방카보트에 나가 일을 하니 리조트내 여직원밖에 없어 무거운 것들도 지팡이를 짚고

내가 옮긴다.

매니저가 도와주기는 한다.

남자같이 일을 하는 메니저가 있는 것이 듬직하다.

어제는 시멘트 작업을 하는 데 강아지들이 불편하게 하여 강아지들을 혼내다 강아지집 함석지붕에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가 찢어졌다.

피가 흐르는 다리를 소독만 하고 다시 시멘트 작업을 하니 여직원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차마 방에 들어가 쉬라는 소리는 하지 못한다.

쉬라고 해도 듣지 않고 일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온 몸이 쑤신다.

정말 정상이 아니다.

그래도 일을 하지 않으면 하루를 버티기가 어렵다.

동네 주위에 알게 모르게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감염되어 죽는 사람, 백신을 맞고 죽는 사람...

이런 시골도 이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동네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죽은 듯하다.

직원들은 인테넷 주문을 하여 오는 오토바이 배달기사를 보고 반가워 한다.

그만큼 지금의 현실이 암울하다.

혼자 이 암울한 시간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많은 분들이 나를 걱정하여 잠시라도 한국에 다녀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말씀해 주시는데

마음이야 가고 싶은 것이 간절하지만 어떻게 직원들만 내버려두고 갈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정상화 된 날이라면 부담도 덜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같이 견디어 나가는 것이

나의 도리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직원들을 돌봐 줄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서로 의지하며 견디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러나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다.

지금은 힘들다는 말밖에 할 수 없기에 이곳에도 글을 쓰지 못하겠다.

릴로안 일기를 그냥 업무일지로 제목을 바꿔 매일 진행하는 일들을 기록할까도 생각 중이다.

필리핀에 88kg의 무게를 왔는데 지금은 67kg이 되었다.

그래서 먹던 혈압약과 콜레스테롤약도 끊어 보았다.

약 3주가 된 듯하다.

하루에 흘리는 땀을 믿고 과감한 선택이었는데 성공할 지 모르겠다.

이곳에서는 검사를 할 수 없기에.

나의 몸도 현 상황에 적응해 보자.

좋은 결과가 있기를...

휴대폰을 보니 오늘이 벌써 9월 1일이다.

어제 직원들 월급도 안 주었다.

오늘 서둘러 지급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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