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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21. 11. 02 화요일 (흐리고 비)

2021.11.02 13:03

건우지기 조회 수:123

어제 저녁 강한 소나기가 내리고 오늘 아침 약한 비가 한 차례 내렸다.
이번 주는 할로윈이 시작된 주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다.
곳곳에서 해안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자주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도 설레임보다는 슬프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벌써 11월이다.
올해가 이렇게 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작년만이라도 이미 충분했는데 올해까지 속절없이 이렇게 보내게 될 줄이야...
그래도 하루하루를 부단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며 준비를 해 왔고 지금도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벌써 이미 준비는 끝마친 것을...
주인잃은 리조트는 그리고 바다는 조용하기만 하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전날부터 고민을 해야만 한다.
이미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제는...
매일 객실청소만 할 수는 없는 것.
어찌보면 무의미한 청소다.
사용하지도 않는 객실을 매일 청소하면 청소할 곳이 없다.
야외는 늘 꽃잎과 나뭇잎이 떨어져 청소를 해야 하지만.
그래서 주로 하는 것이 칠작업이다.
작년에 이미 칠작업을 했는데 올해도 이렇게...
당장 수리하지 않아도 될 시설물에 손대기 시작한다.
몇개월은 수리하지 않아도 되지만 손님이 계시지 않는 지금 미리 수리를 하는 것이 나중에 손님들께 불편을 드리지 않는 것이기에 작업을 하게 된다.
나와 직원들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이 많아 외부에서 인부들을 부를 수밖에 없는 데 그러면 인건비와 재료비가 부담된다.
그래서 늘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고 직원들에게도 일거리를 주어야 하고.
문을 개방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방문을 허용하는 나라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다.
필리핀은 언제나...
이곳의 행정은 아직도 버거운 점이 많다.
시스템적으로 선진국을 모방하는 것도 버겁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정말 투표를 잘 하여 좋은 일꾼을 선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있다.
필리핀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다행이고 자랑스럽다.
세계에서 가장 긴 봉쇄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필리핀의 문이 열리는 날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조국이 해방되는 기쁨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와 비슷한 감정이 될 듯.
나를 포함하여 아직도 필리핀에 남아 리조트를 지키고 있는 관계자분들께 조그만 더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다.
이미 많은 시간을 견디며 준비하지 않았는가!
그동안의 지친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굵게 내리는 빗방울에 지친 시간들을 녹여내리고 싶다.
흘러가는 바람과 구름에 그리고 바다에 지친 시간들을 흘려버리고 싶은 오늘.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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