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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4. 09. 19 금요일 (아주 맑음)

2014.09.19 19:32

건우지기 조회 수:553

오늘은 예상했던대로 날씨가 아주 화창했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오늘 약간의 파도를 보여 주더군요.

오전에 잠깐 바람이 불며 파도가 쳤는데 오후들어서는

아주 평온합니다.

오늘은 모든 직원들이 함께 바깥 청소를 했습니다.

요즈음 비도 자주 오고 바람도 자주 불어서 낙엽들이 많이 떨어져

안 치우면 지저분해 보입니다.

리조트 뒷편도 청소를 완료했고, 안 쓰는 것은 모두 태워 버리라고 했습니다.

제 특유의 행동입니다.

보기 지저분하고 안 쓰는 것은 모두 버리는 성격이라서요.

그런데 필리핀에 와서는 많이 자제를 하는데 마음이 바뀌면 그동안 참았던

것을 다 버리게 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소각시켜 버립니다.

저번엔 버리기 아까워 모아 두었던 대여 잠수복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야간에 착용하고 작살로 고기를 잡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더군요.

잠수신발도 그랬고요.

수경도...

한 번은 침대 메트리스를 약 20 개 정도 동네사람을 불러 잔치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집에사 잘 사용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메트리스 커버를 하지 않아 아주 더럽더군요.

어쨌든 저는 버릴려고 했던 것을 이곳 사람들이 잘 사용하고 있으니

버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불을 피워 밥을 하고 음식을 합니다.

방에 장롱같은 것은 꿈에도 못 꿉니다.

종이 상자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옷들을 종이 상자에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쑤셔 넣는 것이지요.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이 정리를 잘 못합니다.

정리를 해보지 않아 그렇습니다.

장롱이 있고 찬장이 있으면 정리를 해 보아서 알 수도 있을텐데...

이사람들이 밥을 먹는 것을 보면 정말 같은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불쌍한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저도 무엇을 버릴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웬만한 건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동네 사람을 불러 모으기도 합니다.

가끔가다 손님들께서 주시는 옷과 일부러 헌 옷을 가지고 오셔서 주실 때

저도 반갑고 직원들도 좋아 합니다.

가끔가다 직원들에게 옷을 사주곤 하는데 본인이 입지 않고 부인이나

아이들에게 주더군요.

유니폼도 그렇게 하기도 하고요.

하루에 만 원 정도를 버는 사람인데 도시락을 싸오는 것을 보면 밥은 엄청 많고

거기에가 삶은 계란 하나 생선 하나입니다.

거의 멘밥을 먹는 수준입니다.

쌀도 날라다니는 쌀에 쌀을 아끼려고 옥수수를 잘게 부순 것을 섞어 밥을 만듭니다.

밥이 아주 뻑뻑하고 목이 메일 것 같은 수준입니다.

물은 거의 수돗물을 마시고요.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어릴 때 배가 고팠던 적이 많아 거든요.

그래서 제가 먹던 것이 있으면 나누어 주기도 하고 음료수라도 하나 더 챙겨 주려고

노력합니다.

다이빙을 나갔을 때도 손님들께서 드시면 자기들도 먹고 싶겠지요.

그래서 웬만하면 과자와 쥬스를 꼭 챙겨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니 손님들을 모시고 다이빙을 진행할 때 손님들께서 드실 음료수와

과자류를 저한테 허락을 득하지 않고 취할 때가 있었나 봅니다.

그전엔 이런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자주 제가 주다보니 이제는 저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스스로 손을 대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손님께서 해 주시더군요.

그 날 손님 한 분이 다이빙을 하시지 않으시고 배에 계셨는데 보트맨이 아이스박스를

열어 음료수와 과자를 먹었다는 것입니다.

손님께서는 보트맨들이 먹어도 되는 줄 아셨다고 합니다.

어쨌든 크게 주의를 주고 혼을 냈습니다.

손님이 계시지 않을 때 저는 직원들과 같은 밥상에서 같은 음식으로 밥을 먹습니다.

정말 먹는 거 가지고는 직원들과 차별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직원들이 먹지 않는 김치는 제 앞에만 있지요.

먹어보라고 해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직원들 버릇 나쁘게 한다고 지적해 주시지만...

제가 배 고팠던 시절이 있었기에 먹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직원들이라 염려스럽습니다.

밥의 양이 저의 두 배 내지는 세 배 정도됩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편이지요.

물은 안 마셔도 탄산음료는 꼭 마시는 필리핀 사람들입니다.

어쨌든 저의 욕심은 직원들이 스스로 본인의 정도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 갑자기 아랫층 방들이 전깃불이 들어 오지 않아 기술자를 불러 오후부터 수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자 이야기가 방의 전선들이 너무 터무니 없이 깔려 있다고...누가 했냐고 묻더군요.

너무 엉망으로 작업을 했나 봅니다 예전에.

정말 요사이는 빨리 새로운 리조트로 이사가기를 고대합니다.

오늘도 리조트 신축 공사장을 찾아 갔습니다.

공사장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그러나 답답은 합니다.

매일 매일 보니 진척도가 너무 더딘 것 같아서요.

어느새 주위는 어둠이 짙게 깔렸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네요.

내일은 아이들을 대동하신 손님이 오십니다.

예전에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 같이 근무하기도 했던 친구입니다.

부서는 틀렸지만요.

그러나 다이빙 동아리 회원이었습니다.

같은 동아리 회원끼리 결혼한 부부입니다.

저도 오랫만에 보는 친구들입니다.

약 십 년은 된 것 같군요.

아주 반가운 손님들입니다.

내일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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