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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7. 08. 15 화요일 (아주 맑음)

2017.08.15 20:58

건우지기 조회 수:173

직원이 만들어 준 김치 수제비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방에 들어 와

컴퓨터를 켜고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그리고 휴대폰 카톡을 확인한다.

홈페이지는 조용하고 페이스북도 그런대로 조용하고 카톡도 한 건의

문의사항이 있어 답변들 드리고 샤워를 마쳤다.

거울에 비친 상체를 보고 놀랐다.

햇빛에 검게 그을른 것이다.

다이빙을 해서가 아니라 작업을 해서 그런지 더욱 시커먼다.

요즈음 리조트내 많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손님이 계시지 않는 틈을 타 한국에 다녀오려고 했으나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하여 이번 달 한국행은 포기하고 공사에 전념키로 한 것이다.

손님이 계시지 않으니 다행인 건지 몰라도 공사에 전념할 수 있어 좋다.

시급한 수영장 보수공사가 일이 크다.

누수가 되는 부분을 잡지 못해 수영장에 공급되고 배수되는 모든 파이프를 다시

설치하고 타일도 바꾸고 수영장 바닥의 수심도 낮추기로 했다.

따로 만들어 논 잠수풀에 휠터 시스템을 설치하여 항상 깨끗한 물을 공급해 드릴 수

있도록 할 것이기에 기본 수영장 수심을 얕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수영장 바닥 작업도 다시 해야 한다.

며칠째 직원들 그리고 인부들과 함께 수영장 보수공사에 참가하여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주로 나는 필리핀 직원과 인부들이 힘들어 하는 착암기로 시멘트와 돌을 깨는 작업을 한다.

착암기 무게도 상당하여 굉장히 힘이드는 작업이다.

오른손 손바닥은 피물집이 들어 손을 쥐기도 아려우나 조금이라도 빨리 공사를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에 참으며 일을 한다.

손목도 상당히 아프다.

인부들이 이 작업을 하면 쉬는 시간이 더 많아 보기 답답하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 몸이 예전같지 않지만 인부들과 함께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중학교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의 부모님은 아주 고생을 하셨다.

서울 면목동에서 남부럽지 않는 삶을 사시다가 갑지가 가세가 기우러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아버지가 막노동을 한 적이 있으시다.

나의 기억으로 꽤 이 일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무척이나 자존심이 강하셨던 분들인데...

서울대 그리고 고려대에 다니는 형제 두 분한테 과외를 받을 정도로 괜찮은 가세였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공부를 잘못한 것 같다.

하여튼 막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늘 마음이 아프고 특히 사춘기라 부끄럽기도 했다.

고등학교 학비를 낼 돈도 없어 군위탁 장학생을 지원하여 고등하교 졸업하자마자 해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고등학교는 인문계가 아닌 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자동차정비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평소에도 직원들과 함께 거의 일을 같이 하는 편이라 쉴틈이 별로 없다.

워낙 일을 좋아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기에 불편함은 없다.

다만 이제 나이가 있으니 쉽게 지치고 피곤하다는 것.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데도 손목과 손바닥의 통증을 느낀다.

인부들과 함께 일을 하니 묘한 경쟁의식이 발동하여 내가 먼저 힘든 일을 하고 쉬질 않게 된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근성가 끈기로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발동해서이리라.

쓸데없는 경쟁심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일당을 주는 인부들보다도 일을 더하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어찌하였든 힘든 일을 하며 예전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힘을 낸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리워진다.

마음속으로 아버지께 힘을 달라고 기원하면서 말이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짧고 아쉽다.

날이 새기만을 기다려 새벽부터 일을 할 준비를 한다.

인부들이 오기 전에 인부들이 요령을 피지 않도록 내가 사전에 준비를 해놓는 것으로

나의 일은 시작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 직원들도 일찍 일어나 나를 따른다.

아주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나 반드시 그 고마움을 나중에 내가 반드시 보답하리라는 마음을

품고 있기에 당분간 미안한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대신 먼저 간식부터 챙겨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어느덧 저녁 7시 40분이 되었다.

밖은 깜깜하고 조용하다.

바다도 근 1주일째 조용하다.

날씨는 아주 더워 조금만 일을 해도 비오듯 땀이 흐른다.

비는 오지 않고.

남자직원의 방은 이제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어 간다.

순수한 나무로 만드는 집이다.

해변 가까이 2층에 만드는 조그마한 집이라 우리 여직원들이 탐을 낸다.

귀여운 집이라고.

남자직원은 매일 웃고 다닌다.

자기 방이 생기는 것이 좋은가 보다.

늘 다이브샵내에 있는 침대에서 자는 것이 보기 안 좋고 미안했는데...

마음 한 구석의 미안함을 해소할 수 있게 되어 나도 기쁘다.

집들이를 멋있게 해주어야지.

내일도 막일은 계속된다.

더 힘을 내자.

손님이 계시지 않는 날을 최대한 이용하자.

그래서 오시는 손님을 즐겁게 만들어 드리자.

그리고 비밀리에 모처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아무 이상없이 완료되는 날

멋지게 공개하자.

아직은 많은 변수가 있고 불확실하여 불안하지만...

아무 일이 없기를 기도해야지.

욕심일까?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일이 없었는데...

 

아! 오늘이 8월 15일 광복절인 줄도 모르고 있다가 지금 이 글을 쓰고 날짜를 확인하니...

순국선열들께 죄송스럽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잠시 묵념을 하며 그분들의 넋을 기린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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