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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5. 08. 27 목요일 (아주 화창)

2015.08.27 19:36

건우지기 조회 수:497

거짓말하는 것처럼 연일 바다가 호수입니다.

날씨는 그야말로 무더위 그 자체입니다.

밖에 5분 이상을 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직원들과 함께 꽃나무들을 정리하는데 땀이 비오듯 했습니다.

어제 오후 직원의 집을 방문해 보았는데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비포장 산길을 올라가는데 옆으로는 낭떠러지가 아주 아찔할 정도였습니다.

산길로 8km을 올라가는데 긴장을 하며 운전했지요.

차가 마주치면 피할 길도 없었습니다.

워낙 산골이라 차도 없지만 그래도 간혹 차량이 올라오더군요.

흙과 돌을 실어나르는 트럭이었습니다.

산골마다 띄엄띄엄 집이 한채씩 있는데 많은 집들이 아직도 전기도 없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직원집도 마찬가지이고요.

전기를 쓰고 싶어도 설치비도 없어서...그리고 전깃세가 비싸다고...

한 달 써봤자 전등 하나 쓰는데 육천 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 돈이 없어서 밤이면 암흑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적막한 산골 외딴 집에서 말입니다.

여러분께서는 하루도 지내시기 어려우실 것입니다.

산에서 바라다 보는 비경은 좋더군요.

아주 멀리 바다도 보이고 옆산의 모습도...

밤이면 춥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끔가다 원숭이도 보인다고...

산길을 다시 내려오며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틀리 듯이 사는 방법도 다르다고...

그들의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를...쉽게 답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답이 없는 것이 맞겠지요.

내가 그들이 아닌 이상 어찌 그들의 행복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잣대와 저의 잣대가 틀리니 말입니다.

하루 이틀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기거를 한다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요.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산골을 떠날 수 있는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지요.

정확히 말하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산골에서 산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그곳에 사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 그곳에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돈이 없으면 그 산길을 걸어서 몇 시간이 걸려서 타운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리곤 또 걸어서...몇 번 산길을 가다가 나이드신 분들을 태워 준 적도 있습니다.

어쨌든 저의 잣대로는 그들이 무조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필리핀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해도...

우리 직원은 그곳에서 혼자 아이들 세 명을 키우며 살았다고 합니다.

25세 미혼모인데 남자친구는 아이 세 명을 남겨주고 병으로 작년에 하늘나라로...

밥을 굶는 것을 식은 죽 먹듯이 했데네요.

저희들이 직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사람이 소개시켜 주어 사정이 딱하여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아이 세 명은 아버지가 맡아서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그들이 행복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아주 조용한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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