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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4. 10. 12 일요일 (맑음)

2014.10.12 21:05

건우지기 조회 수:625

모처럼 흐림없이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아침 6시 30분부터 두 분을 모시고 릴로안에서 다이빙을 진행했습니다.

바다도 잔잔한 편이었으나 시야가 아쉬웠습니다.

20m 정도의 시야에 부유물들이 있었고요.

릴로안 케이브 포인트에서 한 번, 칸루마칸에서 두 번의 다이빙.

첫번째 다이빙지인 케이브 포인트에서 약간의 조류가 시작되어

다이빙을 진행하였으나 중간에 조류의 세기가 조금 더 강해 졌으나

그리 문제되지 않는 조류라 생각했는데 손님께서는 힘이 드셨나 봅니다.

두 분의 손님이 다이브 마스터라고 하시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는데

중간에 손님께서 이상신호를 보내셔서 다이빙 17분 만에 안전정지를

충분히 하고 수면으로 올라왔습니다.

한 분의 손님이 약간의 공포를 느끼셨다고 하시며 미안해 하셨습니다.

한 분은 저에세 놀려고 왔는데 훈련시키냐고 말씀하셨고요.

제 생각엔 그 정도는 다이브 마스터로서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입수하면서 픽업장소를 이미 보트맨과 정해 놓았고, 만약 조류를 따라서

흘렀다면 회오리성 하강조류가 발생하는 지점으로 진입하는 것이기에 위험할 수도

약간의 조류를 거슬러 올라 간 것입니다.

만약 조류가 강했다면 케이브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 달에 몇 번 시간을 봐서 다이빙을 진행해야 하는 곳이 케이브 포인트입니다.

25m에서 35m사이에 조그마한 동굴이 있어 지형이 아주 멋진 곳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릴로안의 대표적인 포인트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많은 무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잭피쉬들이 멋지게 유영을 하고 있더군요.

어쨌든 훈련시키냐는 손님의 말씀에 죄송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뭐라도 더 보여드리기 위해서 그랬던 것인데...

그러나 안전을 배제하고 욕심을 부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위험한 사이트는 항상 긴장합니다.

불안하고 신경을 더 쓰게 되지요.

이러한 사이트를 진행하고 나오면 긴장이 풀려 피곤함이 밀려 옵니다.

릴로안은 조류의 방향이 항상 바뀌고 얕은 곳과 깊은 곳의 조류가 다를 때도

많고 물밖에서 보았을 때 공포를 느낄 정도로 살인적인 조류가 있을 때도

자주 목격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릴로안을 다이빙할 때는 더욱 더 긴장하고 조심하게 됩니다.

물론 이 같은 조류를 경험하신 분들이 매력을 느낀다는 분도 계십니다.

오늘 다시 한 번 다이빙을 진행하는 가이드로서 반성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손님들께 자주 이러한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절대 조류를 피하지 마시고 그 조류를 느끼시라고요.

아주 강한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저도 힘이 듭니다.

어떤 이유가 없이는 그 강한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지요.

변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를 합리화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필리핀 가이드라면 절대 이렇게 다이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저 손님께 볼거리를 제공해 드리지 않아도 괜찮고 책임감도

느끼지 못 합니다.

그저 편하게 하루를 때우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리조트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어렵게 시간을 내시고 많은 돈을 들여

오신 손님께 멋진 감동을 드리기 위해 욕심을 내는 경우는 자주 있습니다.

그 욕심을 이제는 앞으로 자제해야 할 듯 합니다.

편하게만 다이빙한다면...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맞는 것인지...

세계의 여러 다이브 사이트를 보시면 정말 멋진 곳들은 대부분 조류가 강한 지역입니다.

수중생물들도 그 강한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고 조류를 즐깁니다.

앞으로 다이빙을 많이 하실 분들은 강한 조류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겠지만

웬만한 조류는 즐겨보는 방법으로 바꾸어 보시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물론 힘은 들겠지요.

다이빙을 하시면서 어떻게 편하게만 다이빙을 할 수 있을가요?

바다는 우리들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1979년부터 바다에서 많은 생활을 했습니;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얻어 맞으면서 다이빙을 배웠고요.

바닷물을 하도 많이 먹어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느끼지 못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옛날이 되었군요.

지금도 거의 매일 이렇게 다이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다이빙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산사나이는 산에 묻혀야 어울리고 바다사나이는 바다에 묻혀야 하는 것인가요?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이지만...저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바다에 머물고 싶습니다.

땅과 하늘 바다에서 극한 상황까지 거의 모두 겪어 보았습니다.

이제 저의 인생은 현재 바다에 머물고 있습니다.

바다가 저의 마지막 길인가 봅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들께 멋진 바다에서 감동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저 그 욕심뿐입니다.

가이드는 그 날의 바다를 연출하는 사람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손님들께 감동을 드릴 수도 있고

드리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조금 욕을 먹더라도 손님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은 만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조류를 거슬러 올라간다고, 힘이 드는 다이빙을 진행한다고 위험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힘이 더 소요될 뿐입니다.

다이빙을 즐기는 것이 과연 어떤 다이빙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많히 생각해 보아도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본인 스스로 만족했을 때(?) 이것이 답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 취향일 수도 있습니다.

멋진 다이빙, 힘이 들지 않는 다이빙, 아주 편한 다이빙, 감동이 있는 다이빙,

힘이 엄청드는 다이빙, 위험한 다이빙, 역조류 다이빙, 표류 다이빙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오늘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답은 내지 못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손님들이 원하시는 다이빙을 안전을 최대한 고려하여 진행하는 것이

저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육도 북파공작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단순한 오픈워터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 욕심을 내려 놓아야 하나 봅니다.

아니면 이제 더 이상 가이드를 하지 않는 것이...

저와 손님을 위한 길인가에 대해서도...

후회가 많은 오늘 하루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오늘은 매니저의 생일이라 직원들과 조촐하게 케익을 준비하여 축하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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