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맑은 하늘이었다.

오늘 오전 6시 배를 이용하여 두마게티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산타카탈리나라는

곳을 다녀 왔다.

매니저 삼촌이 얼마 전 리조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기에

문상을 다녀 온 것이다.

내일이 발인인데 내일 리조트에 손님이 오시기에 오늘 직원들을 데리고 다녀 왔다.

자식이 객지생활을 하던 관계로 수년간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자식이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났으니 그 충격과 고통이 얼마나 컸으리라 짐작하고도 남는다.

싸늘하게 누워있는 자식옆에 쓰러져 있는 연로하신 모친의 어깨가 한없이 작아 보였고

메마른 눈물은 보는이로 하여금 안쓰럽고 안타깝고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미우마 고우나 자식이고 부모인데...

백발의 머릿결이 한없이 흐느낌에 흔들렸다.

마음같아선 내일까지 자리를 지켜주고 싶었으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정말 삶과 죽음의 차이는 한순간이고 종이보다도 얇다.

좋은 일만 하고 죽어도 나중에 죽을 때 아쉽고 후회스러울텐데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죽을 때 어떠할까?

절대 남의 눈에 피눈물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단 한 번 주어진 삶인데 인간답게 살다가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하루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상을 치루기 위해 문상을 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돼지 한 마리를 잡는데

돼지의 구슬픈 비명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직도 귓가에 머물고 있다.

끌려오는 돼지를 보고 안타깝고 불쌍했는데...

이렇게 희생된 돼지도 불쌍하다.

마음이 심란한 밤이다.

수면제라도 먹고 자야겠다.

잠시만이라도 잊게.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어 본다.

아울러 인간을 위하여 희생된 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