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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7. 04. 15 토요일 (아주 맑음)

2017.04.15 08:35

건우지기 조회 수:287

그 어둡고 갑갑한 땅속에서 얼마나 미키가 무서웠을까.

그럼에도 나는 지난 밤 잠을 잤으니 말이다.

나로인해 하늘나라로 먼저 갔는데 나는 잠을 잤으니...

새벽 04시 06분에 일어나 밖을 배회했다.

미키 이름을 부르면서 미키가 잠들어 있는 가까이까지.

이쁜이와 곰돌이 그리고 왕자도 잠에서 깨어 나와 함께 걷는다.

어제 아침까지도 미키도 내 바지 가랑이를 물고 따라오며 함께 했는데

오늘은 미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당분간 어떤 일도 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사람으로 미키는 강아지로 태어나 이곳에서 만난 기막힌 인연인데

정작 나는 미키에게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다.

그리고 끝까지 지켜주지도 못했다.

태어날 때 매니저와 함께 늦은 밤까지 지켜보며 수건으로 젖은 몸을 일일히

닦아 주었는데.

너를 이렇게 어린 나이에 허망하게 보내게 될 줄은...

좀 더 내 곁에 남아 나의 친구가 되주지.

어제 대문을 열어 미키가 밖에 나간 것을 모르고 일을 하다가 너의 비명소리에 놀라

밖을 보니 이미 너는 오토바이에 치어 놀래서 안으로 들어 와 떠는 모습을 보고

밖으로 뛰어나가니 트라이시클 기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유유히 저 멀리 가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으나...

정말 필리핀 이곳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80% 이상이 천주교 교인들인데 하는 행동을 보면 잔인하다.

트라이시클은 충분히 속도도 줄일 수 있고 그렇게 빠르지도 않기에 길에 있는 동물들을

피할 수 있고 경적을 울려 동물들에게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도 있는데

그냥 브레이크도 사용하지 않고 길에 있는 동물들을 치어 버린다.

이러한 모습을 숱하게 보았다.

그러면서 본인 가족들 생명은 엄청 소중히 생각하겠지.

최소한이라도 사고를 피하려는 행동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동물의 생명도 소중한 것을...

사람의 생명만 소중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정말 너무나도 억울하게 미키가 희생된 것 같아 나의 미안함을 갚을 길이 없다.

나의 작은 실수가 미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 갔으니.

평소 잘 열어 놓지 않던 대문을 필리핀 여휴기간에 숙박손님이라도 받겠다는 욕심으로

대문을 연 것이...

내가 잡초를 뽑으며 일하는 것을 미키와 이쁜이가 옆에서 지켜봐 주고 심심치 않게 재롱도

피웠는데.

그 돈이 무엇인지.

숙박손님이라도 받아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죄스럽고 한없이 미안하다.

다시는 다시는 대문을 열지 않을께.

열더라도 꼭 다시 닫아 놓을께.

약속하마 미키야.

오늘 아침 미키가 잠들어 있는 곳을 곰돌이와 이쁜이와 함께 가보았다.

어제 저녁 날이 어두워져 미키가 잠들어 있는 곳을 잘 정비하지 못했는데

직원이 벌써 미키가 잠들어 있는 곳 위에 산호도 깔아주었다.

잠시 미키의 명복을 빌고 들어 와 멍하니 앉아 버렸다.

매니저가 끔찍히 사랑하던 미키인데 매니저도 충격이 커서 많이 울었고 어제 저녁엔

몸에 열이 많이 나고 아파서 직원 2 명을 매니저방에서 같이 자라고 했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프겠지.

내가 이렇게 아픈데 매니저는 몇 배 더하겠지.

그래서 더욱 미안하다.

페이스북에 미키가 잠들어 있는 모습의 사진을 올렸다.

이미 잠들었으나 눈은 감지 못한 사진.

여러분들이 미키의 죽음을 안타까워해 주셨고 애도해 주셨다.

아침 이 사진을 보니 눈물이 또 흐른다.

어제 저녁 모든 직원들도 울었다.

우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 할 수는 없다.

미키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니?

너한테 미안하고 미안해서...

이말밖에는 할 수가 없군아.

미안하다 마키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러면서 나는 살겠다고 밥을 먹겠지?

한심해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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