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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24. 04. 27 토요일 (아주 맑음)

2024.04.27 18:38

건우지기 조회 수:72

머리를 밀었다.

그냥 밀고 싶어서 밀었다.

머리라도 밀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아서 밀었다.

오늘 새벽 3시쯤 잠에서 깨어 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의 일을 스스로 점검해 보았다.

그리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랑스런 우리 배가 있는 곳으로 직원들을 데리고 갔고

인부들에게 조그마한 파티를 만들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려고 음식과 술 등을 준비했다.

직원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여직원 한 명과 물을 이용하여 배청소를 깔끔하게 끝냈다.

그리고 드디어 만조가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시도했고 드디어 배를 바다에 띄웠다.

인부들과 직원들 그리고 나는 기뻤고 모든 것이 이제는 끝난다는 속시원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인부들에게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을 나누어 주고 점심을 즐겼는 데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나는 오늘은 배를 띄우는 것에 관여하지 않고 관망을 했고 믿고 맡겼는 데 결론은 많은 부분이

잘못되어 우리가 의도한 대로 배를 제대로 띄우지도 못했고 프로펠러도 뭉그러졌고 프로펠러

샤프트도 휘어졌고 파워스티어링 실린더도 터졌다.

그리고 이백만 원 넘게 돈을 들여 만들어 온 프로펠러도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선장의 잘못으로 물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엔진을 돌렸고 프로펠러가 해저 지면과 부딪쳐

모든 것이 망가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 이런 모습을 보려고 내가 새벽부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단 말인가?

4개월 간의 고생끝에 우리 배가 바다에 띄워지는 날 나는 하늘을 보며 기쁨과 고난의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했는 데...

결국은 기쁨의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 하늘을 쳐다 볼 마음도 없었고 그저 땅을 쳐다보며

한숨과 분노를 삭혀야 했다.

정말 눈물도 나지 않는다.

너무나고 큰 사고를 쳤다.

다 나의 잘못이다.

정말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직원들과 인부들의 일에 관여하고 잔소리 하고 큰소리 치고 화를

냈어야 했다.

일을 맡긴 것이 큰 나의 잘못이다.

필리핀에서 내가 다시 배운 것은 항상 서둘러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항상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오늘 나는 그러하지 않았다.

배가 띄워지는 가능성에 기뻤고 드디어 바다로 나간다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에 도취되어

잠시 나의 자신을 망각했다.

그래서 나의 실수다.

절데 필리핀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안 된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오늘 27일이 적기라고 생각했고 5월에 오시는 손님과 배를 약속했고 그것을 꼭 지키고 싶었고

한편으론 손님들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강렬했다.

그런데 오늘...

돈도 돈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종잇장처럼 구겨진 프로펠러를 보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그냥 혼자였다면 땅을 치고 울고 싶었다.

아니 분명 울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리조트로 돌아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원망만 한다.

나의 자신을.

쫀쫀하게 그리고 소심하게 보여도 평소의 나의 모습처럼 행동을 했어야 했다 오늘.

끝까지 내가 했어야 했다.

내가 바보다.

내가 병신이다.

내가 멍청이다.

다 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머저리다.

뭐가 잘났다고 혼자 늘 큰소리 치고 서두르고...

병신.

바보 멍청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나의 아니라 통째로 나의 머리통을 날리고 싶다.

조금이라도 맨정신일 때 이글을 쓰지 않으면 오늘은 도저히 릴로안 일기를 쓰지 못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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