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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24. 03. 04 월요일 (아주 맑음)

2024.03.04 15:44

건우지기 조회 수:79

역시나 손님이 계시지 않으니 바다는 고요하다.

이상하게도 우리 리조트 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조류가 강한 시기에

예약을 하신다.

정말 그렇다.

오늘같이 이렇게 조류가 없는 상태면 다이빙도 아주 편한데.

바다가 손님이 안 계시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오늘 다이빙관련하여 시청과 관련부서에서 점검을 나온다고 하여 오전부터 대청소와 

함께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데 감감 무소식이다.

다른 리조트에도 연락을 해 보았는 데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다고 했으면 빨리 와야지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 데 소식도 없으니.

정말 생각해도 이곳의 행정력은 한심하다.

두마게티에 나가 배수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가지고 와야 하는 데

이렇게 꼼짝없이 기다리고 있다.

늦게오면 늦는다고 연락을 해 주어야지 그동안 다른 일이라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전에 배수리하는 곳으로 가다가 길가에 죽어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얼마 전에 내가 사료를 주었던 강아지이고 그곳을 지날 때마다 혹시나 볼 수 있을까

해서 사료를 늘 준비하고 다녔는 데 오늘 이렇게 싸늘한 사체로 발견되었다.

어제 늦게 오토바이에 치인 모양이다.

약 3개월 가량 자란 아기 강아지인데 털은 거의 다 빠지고 앙상하게 말라있어

마음이 아팠는 데 주인의 품도 아니고 길가에서 사고로...

얼마 살지도 못 하면서 그렇게 길에서 고생만 하고 배고픔에 힘들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난다.

일단 리조트로 와서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점심시간에 삽과 사료 그리고 천을 가지고

강아지가 누워있는 곳으로 다시 갔다.

먼저 땅을 파고 천으로 감싼다음 사료를 가슴쪽에 놓고 바나나 나무밑에 묻어 주었다.

혹시라도 땅주인이 왜 자기 땅에 묻냐고 뭐라고 할까봐 서둘러 묻어 주었다.

리조트로 데리고 와서 리조트 네 묻어 줄까도 생각했지만 우리 서로 처음 본 곳이 바나나

나무밑이 였기에 주로 그곳에 웅크리고 지내는 것 같아 그곳에 묻어 주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죽은 모습을 보고 리조트로 와서 안장에 필요한 것들을 서둘러 준비하여 땡볕에 누워있는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그곳으로 빨리 간 것이다.

마음은 무척 아프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묻어 주어서 그나마...

부디 좋은 곳에서 못다한 삶을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바란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강아지의 명복을 빌 것이다.

이름도 없었을 터인데...

누구도 불러주는 이름도 없는.

나라도 이름을 지어주어야 겠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라고 "행복이"라고 지어야 겠다.

행복아! 부디 아프지 말고 사고 당하지 말고 많이 먹고 막 뛰어 다니렴.

정말 눈물이 난다.

혼자 방에 들어와 이 글을 쓰며 눈물을 흘린다.

나는 왜 이렇게 자꾸만 눈물이 나는 지...

행복아! 미안하다.

잘 자.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렴.

그러면 나는 그 별을 보고 행복이 너를 생각할게.

더 이상 남루한 모습이 아닌 활짝 웃는 행복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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