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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안 일기

2015. 12. 02 수요일 (부슬비)

2015.12.02 04:56

건우지기 조회 수:506

뒤척거리다가를 반복하다 결국은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요.

제 마음과도 같은 부슬비가 마음을 적시는군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달빛과 부슬비에 젖은 듯 합니다.

세상은 고요한데 제 마음은 그렇질 않군요.

바다는 여전히 울고 있고요.

리조트 앞 제 발 앞까지 물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온 지도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말 세월의 유수를 실감합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정말 하고 싶었던 일.

아니 어찌보면 24년이라는 세월동안 회사에 근무하며 느꼈던 실망과 상실감

그리고 자괴감에서 뛰쳐 나가고 싶었던 마음이 강렬하여 지금의 일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력은 없으나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했던 지난 날.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초라한 이력으로 현대라는 회사에서 그 것도 사무직으로

일을 하며 느꼈던 초라함.

그러기에 진급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느꼈던 초라함.

그리고 사람들에게 느꼈던 실망과 상실...그리고 저의 초라함.

일을 열심히 한다고 결코 회사는 알아주지 않는 그런 시스템에서 느끼는

부족한 저의 자리와 배신감과 그리고 실망감.

모든 것을 잃어 버리는 것과 같은 상실.

더 이상 그런 환경에서 제 스스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힘 들었기에

벗어나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고 싶었고.

제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인생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세월을 회사에 바치고 49살이라는 초라한 인생이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이지요.

이곳에서 성공보다는 더 이상 후회없는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이고요.

그래서 저의 마지막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고요.

언제 쓰러질 지 모르나 남은 제 인생을 후회없이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저 때문에 집사람과 가족들이 고생을 하고 있어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고

속상하고 아픕니다.

오직 저 하나의 인생을 위하여 가족들 특히 집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 지...

그럼 저 또한 나쁜 사람이겠지요.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밥법은 영원한 숙제일 것입니다.

아니 없겠지요.

그러나 없다고 노력을 안 한다는 것도 나쁜 것이고요.

어쨌든 속 상합니다.

다시 밖으로 나가 부슬비라도 맞아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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