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흐린 날씨가 오후되면서 비가 내린다.
이제 서서히 태풍의 영향권에 다가서는 가보다.
바다 멀리 오슬롭에서 출발한 배들이 파도를 뚫고 힘겹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나의 방에서 포착된다.
네그로스 바이스로 피항을 가는 행렬이다.
아직 릴로안 배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내일 오전 정도에 바이스로 움직이지 않을까 짐작된다.
이번 태풍은 세부섬와 네그로스섬을 직접 관통한다는 소식이고 보홀부터 팔라완까지도 위험해 질 수 있다.
우리 리조트가 위치한 지역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이다.
늘 12월에 발생하는 태풍은 아주 강력한 태풍이고 필리핀 중부권을 강타하며 휩쓸고 간다.
과거 아포섬, 수밀론섬, 카시리스 리프, 보홀섬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고 다이브 사이트의 거의 모든 산호가 초토화 된 적도 있다.
그래서 이번 태풍이 더 걱정되는 이유이다.
무조건 인명피해는 없어야 한다.
재산상의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우리 입장에서는 배가 무엇보다도 안전해야 한다.
과거 언젠가 릴로안의 모든 배가 태풍을 피해 바이스로 피항을 갔는 데 우리의 배만 피항을 가지 않고 릴로안의 바다를 지키며 결국 태풍을 견디었는 데 그 때는 다행스럽게도 운이 아주 좋았다.
그 때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었는 지 기억이 안 나지만 이번에는 무척 고민스럽다.
그냥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할 지...
피항을 가는 지역의 해저가 전부 모래여서 우리같이 큰 배는 앵커를 내려 고정시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피항을 가서도 문제다.
시동을 켠 채 만약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내일 오후가 되면 우리 지역이 태풍의 중심에 선다.
그래서 피항을 하려면 늦어도 내일 오전 9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스피드 보트는 더 문제다.
아! 정말 미치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그저 하늘의 뜻에 따라 아니면 운에 맡기는 것은 너무...